04. 잇꽃 아껴 먹으면 한 달 정도는 버틸 수 있는 양이 아닐까. 소녀의 가방 안에 있던 것들을 모조리 식탁 위로 쏟아놓고 가늠을 해봤다. 어림 잡아 한 달은 되겠지, 정확히 얼마치인지는 모르지만. 가방이 무거워 보여 어지간히 많겠다고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지금까지 매고 돌아다닌 게 용하다. 봉지나 캔 위에는 유통기한이 까만 글씨로 박혀...
기 선생님께 삼가 아룁니다. 신입니다.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계절이 또 돌아왔습니다. 아직 많이 더워지지는 않아서 티는 그리 나지 아니합니다만. 저에게 이 계절은 무어라 할까. 선생님을 찾아뵈어야만 한다, 그런 기분이 드는 계절입니다. 아무래도 날짜가 날짜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올해도 역시나 그렇습니다. 그러면 선생님. 곧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신 ...
우선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정리해보자. 어디서 온 건지 모르는 소녀를 집에 들였다. 그 소녀가 화분에 손을 슥 가져가더니 쑥 하고 꽃이 폈다. 내가 그걸 보고 얼어붙은지 5초 정도. 끝. 잠시 내가 꿈을 꾸고 있나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감각도 생생하고 시점도 변하지 않으니 그건 아니다. 혹시 잠이 덜 깼나 싶어 한 손으로 눈두덩이와 얼굴을 문질렀다. 꽃들...
- 여자→남자 TS 단편입니다. 타 사이트에 투고했던 작을 일부 수정 후 투고합니다. 눈을 떠보면 익숙한 천장이다. 고개를 돌려보면 모르는 여자가 서 있다. 잠이 덜 깨 헛 것을 본 건가 싶어서 눈을 비비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검은 머리에 검은 양복에 검은 스타킹이 상복 같아서 무슨 저승사자냐고 생각했다. 그렇게 예쁜 여자는 아니었다. 록밴드 퀸의 드러머가...
02. 꽈리 어디서 나타난 건지 모를 소녀는 기묘한 구석이 한 두군데가 아니었다. 새하얀 머리카락부터가 이상했다. 자연스럽게 시선을 모으는 머리색은 염색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세상에 하얀 머리를 가진 사람이 노인은 제외하고 백색증 환자는 포함시킨다면 몇 명이나 될까? 지구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볼 수도 없을 것이다. 머리카락은 그냥 ...
빛이 들지 않아도 눈은 저절로 뜨인다. 이불로 몸을 싸맸지만 추위는 집요하게 뚫고 들어온다. 나는 언제나처럼 방 한 구석에 놓인 침대 위에 있었다. 눈을 뜨고 나서도 얼마간 자리에서 벽을 본 채로 꿈지럭거렸다. 지금은 몇 시일까. 등을 돌리고 맞은편 벽에 걸린 아날로그시계를 보았다. 침대에서 바로 고개만 돌려도 몇 시인지 볼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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